우리는 흔히 주일을 예배의 날, 그리고 안식의 날로 생각합니다. 오늘날에는 안식의 날보다는 교회에서 예배하는 날이라는 의미가 좀 더 보편적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열심있는 한국교회 성도들은 주일날이 굉장히 바쁩니다. 아침 일찍 가족들과 함께 예배드리러 가서, 하루종일 교회에서 이런 저런 모임과 봉사활동에 참여하다가 저녁에야 집에 들어옵니다. 그러다보면, 정작 가족은 돌볼 여유가 없는 날이 되고 맙니다. 또 교회에 가서도 가족들이 각자 속한 교육부서, 전도회, 기관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주일날 가족들과 함께 예배드리기도 어렵고, 얼굴조차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물론, 교회는 하나님의 가족이자, 소중한 예배 공동체이며, 교회 봉사와 교회 교육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많은 활동에 파묻혀서 정작 작은 교회이자, 성소요, 하나님 나라의 기초가 되어야 할 가정은 제쳐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안식일은 가족과 공동체와 더불어 쉼을 누리는 날입니다. 물론 성회로 모이는 날이기도 하지만, 방점은 쉼과 (확대)가족에 더 있습니다. 출20:8-11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 " 안식일을 함께 지켜야 할 대상으로 가족들, 집안의 종들과 가축들, 그리고 집안에 머무는 객들을 포함시킵니다.
또 레위기 23:3은 " 엿새동안은 일할 것이요 일곱째 날은 쉴 안식일이니 성회의 날이라 너희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너희가 거주하는 각처에서 지킬 여호와의 안식일이니라"고 말씀합니다. 안식일은 각 가정에서 가족과 종들과 객들(확대가족)이 함께 쉬는 날이며, 일하지 않고 거룩한 회집(모임)을 가져야 하는 날입니다. 그러므로 안식일을 주신 하나님의 의도를 살리려면 우리의 주일 성수 개념에 많은 변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첫번째 변화는 온가족이 함께 드리는 공예배입니다. 이것은 물론 교회 전체의 합의와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공예배를 드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원래 성회라는 의미가 남녀노소가 다같이 하나님의 말씀 앞에 모이는 것입니다. 즉,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것이고, 이것은 교회 역사에서 오래동안 당연하게 지켜져 왔습니다. 그런데 19세기에 주일학교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어느새 우리는 자녀들과 부모들을 따로 떼어놓는 예배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그로 인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단절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온 가족이 공예배를 함께 드릴 때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교회가 무엇보다 '예배 공동체'임을 몸으로 배우게 되고, 세대와 세대가 이어지는 공통의 신앙과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설령 자녀를 주일학교에 보내더라도, 교회는 자녀가 배운 내용을 가정에 충실하게 전달하고 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성경 본문을 가지고 대화하고, 온가족이 서로의 신앙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합니다.
두번째 변화는 가족과 함께하는 경축의 문화입니다. 출애굽기에서 안식일은 하나님의 창조와,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해방된 구원을 기념하는 날이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일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 '작은 부활절'입니다. 그러므로, 주일은 기쁨의 날, 축제의 날이어야 합니다. 온 가족이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들을 감사하고, 기뻐하면서 작은 축하행사를 갖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주일에만 먹는 특별한 음식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미리 준비하고, 주일저녁이나 토요일 저녁 식사 메뉴는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미리 준비합니다. 되도록 '주일날'의 메뉴를 특화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주일'하면 제일 먼저 함께 둘러앉아 먹는 특별하고 맛있는 식사를 떠올리도록 해야 합니다.
식사 후에는 음악이나, 놀이,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도록 합니다. 가족들이 함께 좋은 찬양을 듣거나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면 악기에 맞추어서 즐겁게 춤도 추고, 리듬도 맞춥니다. 또 주일 설교 말씀을 바탕으로 대화와 토론을 이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이 때도 맛있는 디저트가 있으면 한층 분위기가 좋아집니다. 자녀들이 어리다면 함께 보드게임, 퍼즐, 카드 등을 즐기거나 책을 읽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 때에도, 가능한 성경적 내용을 바탕으로 할 수 있도록, 기독교 백화점에서 다양한 게임 도구 등 '주일 관련 용품들'을 미리 구입해 두고,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자녀와 함께 주일 오후에 읽을 책들을 미리 구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번째 변화는 (확대)가족과 함께 하는 느긋한 여유와 쉼입니다. 온 가족이 주일 오후에는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거나,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을 찾거나, 피곤한 날은 편안한 낮잠을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어떻게든지 느긋하고 여유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면 됩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특벽한 스케쥴 없이 빈둥거리며, 하늘을 쳐다보고, 꽃향기를 맡고,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것들로 눈과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때로 가족들끼리만의 시간이 지루하다면, 다른 믿음의 가정을 초대해서 음식과 대화, 교제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한국 가정들은 흔히 주일 오후를 아이들 학원 스케쥴로 빼곡히 채우거나, 각자 TV와 핸드폰을 보며 흩어져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일을 가족이 함께 '모여서' 먹고, 웃고, 노래하고, 대화하고, 아름다운 것을 누리며, 하나님을 예배하고, 손님들을 환대하는 날로 온전히 보낸다면, 우리 영혼에는 일주일에 하루라는 '시간의 오아시스'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 오아시스 속에서 우리는 천국의 향취를 잠시나마 맛보며, 한주간을 살아갈 힘과, 다음 한주간을 기대하는 소망을 얻을 것입니다.
글 : 서지현 사모(가정의 힘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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