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가정을 '작은 성소'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토라를 가르치고, 하나님의 천사들을 환대하듯 손님들을 환대하고 섬기며, 하나님이 명하신 절기들을 함께 축하하는 공간이 바로 유대인의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대인 부모는 그 성소를 섬기는 제사장이자, 교사라고 인식합니다.
자녀들에게 토라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부모들은 일상 속에서 자녀들에게 유대교 신앙과 가치를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기회를 만듭니다. 무엇보다 부모 자신이 토라를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유대인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며, 식탁 자리에서 열심히 그것을 강론하고 토론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좋은 유대인이 되는지에 대한 모델을 자녀들에게 제시합니다. 모든 자녀들은 부모의 관심과 가치체계와 행동들을 무의식중에 흡수하고 따릅니다. 비록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좋은 유대인 부모가 좋은 유대인 자녀를 만든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가장 반항적인 사춘기 자녀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비록 심한 잡음과 혼돈의 시기가 있겠지만, 여전히 무의식 속에는 부모의 가치가 그대로 남습니다.
유대인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유대교 신앙을 가르치는 방식은 ' 긍정적이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줌으로써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안식일 저녁 식사와 유대인 절기 행사입니다. 그러면 유대인들은 어떻게 가족이 함께 안식일을 보낼까요? 유대인들이 어떻게 안식일과 절기들을 보내는지를 통해, 기독교인 가정들도 매일의 가정예배와 주일의 가정예배 및 가족 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유대인의 안식일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저녁까지 이어지는데, 세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안식일 전야인 금요일 저녁은 가족이 한 테이블에 모여 축하하는 시간입니다. 한주간에 가장 기뻤던 일들을 서로 나누며 안식일 촛불을 밝히고, 포도주와 빵을 축복합니다. 이어서 가장이 자녀들과 아내를 축복하며, 멋지게 차려진 맛있는 저녁식사를 나누며 유쾌하고 즐거운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토라의 가르침을 배웁니다. 식사후에는 '버캣 하마존(Bircat Hamazon 음식을 위한 축복)이란 축복기도를 기도서에서 낭독합니다. 식사가 모두 마친 후에는 함께 노래하고,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춥니다. 회당에서도 금요일 밤 예배가 있는데, 가정에서 식사를 마치고 모이기도 하고, 가족 식사 전에 모이기도 하고, 때로는 회당에서 여러 가족이 공동 식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토요일 아침은 회당에서 공예배가 열리는 시간이며, 가족 단위를 넘어 더 큰 공동체(회중)과 함께 연결되는 시간입니다. 안식일 예배가 가족 모두에게 즐거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부모는 여러가지 실질적인 준비를 합니다.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충분히 준비하고,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책과 크레파스, 퍼즐 등이 담긴 안식일 상자(배낭)등도 가져갑니다. 많은 회당에서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예배드리지만, 아이들을 위한 대화식 예배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식일 예배는 보통 2~3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그 핵심에는 토라낭독과 설교가 있습니다. 토라 낭독을 전후로 많은 기도와 축복, 찬송, 찬송기도, 선지서 낭독과 마침기도가 있습니다. 예배가 끝나면 회중들이 포도주와 빵, 간단한 과자 등을 놓고 함께 나누는 테이블 축제에 초대되며, 서로를 축복하고 교제를 나눕니다. 이 때 각자가 집에서 먹을 것을 가져오는 파트럭 파티(Potluck Party)를 갖기도 합니다.
토요일 오후는 안식일 중 가장 비공식적인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낮잠도 자고, 산책도 하고, 독서도 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놀거나 도서관, 미술관 등을 찾기도 합니다. 어떤 활동을 하든지 시간을 한껏 즐기고 쉬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안식일의 원래 목적에 충실하면 됩니다. 안식일의 마침은 '하브달라'라는 의식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해질 무렵 여러 개의 촛불을 켜고, 포도주를 축복하고, 향긋한 향료를 맡으며 축복합니다. 향기로운 허브나 꽃, 과일 등으로 채워진 향료는 안식일의 달콤한 맛과 다가올 한 주에 대한 소망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촛불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구하는 하브달라 축복과 메시야가 오시기를 기다리는 기도를 드리며 안식일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합니다.
유대인들의 안식일 예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첫째, 안식일은 가정이 중심이 되어 축하하는 예배의 날이라는 것입니다. 안식일을 시작하는 가정예배와 회당에서 공동체가 함께 모여 드리는 공예배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하나가 다른 것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중심에는 항상 가족이 있습니다. 둘째, 안식일은 기쁨과 유대와 따뜻한 친교의 날입니다. 유대인의 안식일은 어느것 하나, 기쁨이라는 요소가 베어있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안식일 저녁에 가족들과 나누는 식탁교제 중심의 예배에서 가족들은 천국의 맛과 향기를 경험하고,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느낍니다. 그런 친밀한 셋팅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자라난 자녀들이 평생 신앙을 떠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셋째, 유대인의 안식일 예배는 다감각적인 경험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떤 최첨단 미디어보다 더 오감을 자극하고, 몸으로 참여하는 예배입니다. 포도주의 맛과 색과 향, 아름답게 장식된 풍성한 식탁, 빵이 익어가는 고소한 냄새, 타오르는 촛불의 아름다움, 기도문과 토라를 낭송하는 운율과 목소리들, 많은 노래와 춤, 달콤한 허브와 꽃과 과일향, 서두를 일이 하나도 없는 여유, 많은 대화와 느긋한 쉼. 이렇게 오감을 일깨워주는 요소들로 안식일이 풍성하게 채워집니다.
우리의 주일 예배도 가족 중심으로, 기쁨과 따뜻한 유대가 있고, 다감각적인 요소를 동원해 온 몸과 마음으로 모두가 참여하도록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정의 힘 Power of Family
글, 정리 : 서지현 (가정의 힘 교육위원)
Copy rights ⓒ가정의 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