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그리스도인 가정의 신비

‘오래된 맛집’에서 음미하는 ‘전통식’ 같은 가정사역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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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그 지역의 오랜 맛집을 찾아 맛보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홍보된 집이 아닌 평범한 식당에서 오랜 장인의 정성스런 손맛을 느낄 때의 기쁨은 먼 여행의 수고를 한 순간 보람으로 바꾸어준다. 오래 전 미국에 살 때 동네에 백년이 넘은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여름이면 온 가족이 그 아이스크림 가게로 나들이가는 것이 한 주의 중요한 행사가 될 만큼 그 집 아이스크림은 특별했다. 다른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도 많았지만 그 집만의 특별한 맛과 감동의 비결은 바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가족 레시피’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가정의 힘 사역을 하면서 이런저런 자녀교육서, 가정사역서들을 찾아 읽으며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도 이와 비슷하다. <그리스도인 가정의 신비>(원제: The Christian Family)라는 평범한 제목의 책은 특히 오래된 맛 집 같은 전통의 힘이 느껴진다. 이 책의 초판은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인쇄되었지만, 그 내용의 뼈대가 된 하인리히 티어시 박사의 소책자는 1854년 독일에서 출간됐다. 160여년 전에 쓰여 진 책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받는 이유는 시대의 조류나 유행에 따라 달라지는 방법론이 아닌, 가정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실제적이고,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은 한편으론 읽기 쉽고 재미있다.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명령이 무엇인지 남편의 역할, 아내의 역할, 자녀의 역할, 부모 역할을 성경 그대로 친절하게 풀어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우리 시대에 유행하는 자녀교육법이나 가족 역할 등과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내적인 씨름을 계속 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결코 읽어내기 쉽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가장 큰 장점은 일관되게 성경의 원리를 말한다는 점이다. 성경으로 가정의 기준을 바로잡아주고 어긋난 부분들을 교정해 주는 목적에 충실하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면 각자 가정의 문제가 더 잘 보일 뿐 아니라 치료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치료책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역할에 먼저 적용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진다. 1부는 '가정을 향한 하나님을 명령'을 다루고, 2부는 '예수님의 임재를 실천하는 생활'을 다룬다.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명령은 성경이 가정에 대해 무엇을 말씀하는가를 다루는데, 이 원리들을 단순히 실천하기만 해도 수많은 가정들이 근본적으로 변화된다고 한다.  '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어다'(창2:24)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부부가 연합하는 원리가 그것이고,  '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 엡5:22-24)는 말씀에 따라 아내가 남편의 권위와 영적 리더십을 세워주는 것이 그렇다.   또한 자녀들은 '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골3:20)고 하신 말씀대로 부모의 권위에 자발적으로 순종함으로, 하나님께 순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편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아내를 사랑하라(엡 5:25)는 말씀대로, 아내에게 희생적 사랑과 겸손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부모 역할에 대한 장에서 특히 인상적인 내용은 ‘훈계’에 대한 부분이다. 아이가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이유는 부모가 자녀를 너무 허용해주면서 권위를 가지고 ‘훈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일침을 놓는다. 부모가 자녀를 ‘훈계’하지 않은 결과는 가족 모두의 고통과 불행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마음이 아프더라도 단호하게 자녀를 훈계해서 ‘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교회의 권징을 강조하는 장로교 정치원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종교개혁자들은 바른 말씀과  권징이 시행되는 교회가 건강하고 생명력있는 교회의 표징이라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가정도 말씀과 더불어 훈계가 있어야 한다.

 

얼마 전 학원 강사를 하는 한 청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학원에서 공부 안하고 말 안 듣는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느냐고 물었더니, 그 청년의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 그런 아이는 당장 내 보내죠’ 가르침을 성실하게 따라오는 아이들은 확실하게 등급을 올려주지만,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달래거나 인성교육(?)을 시켜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학원의 목표는 아이들의 ‘성적 향상’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도 학생이나 부모 모두가 학원 강사의 .말은 무서워한다고 하니,  부모도 학교도 심지어 교회도 못하는 권징을 학원들이 하는구나 싶었다. 

 

 

물론 이 책은 단순히 부모역할, 가족 역할에 대한 성경적 명령을 알려주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가정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고 순종하는 것은 가정의 외적인 ‘구조’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집이 잘 세워질 수 있는 것처럼, 구조와 질서가 말씀으로 잡혀 있는 가정이 건강하게 설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의 가정들은 너무나 기초가 무너져 있어서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혼란스럽고, 구조를 세워갈 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강점은 가정의 구조를 바로 세우고 지탱할 수 있는 내적인 동력에 대해서도 친절한 가이드를 해 준다는 것이다. 그 내적의 힘의 비결은 바로 성령 안에서 예수님과의 만남을 날마다 누리는 것이다. 가정은 그러한 영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가장 좋은 장소다. 아무리 어린 자녀도 세례요한과 사무엘처럼 영적인 실재를 알고 성령과 교통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비결이 바로 누구나 다 아는(?) 전통 비법인 ‘ 기도와 말씀’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파편화된 우리의 지식은 신앙과 삶을 통합시키고 은혜의 방편들과 가정생활을 통합시킬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이 책이 제시하는 ‘전통 비법’을 더 잘 음미할 필요가 있다.

 

 

책장을 덮으면서 가정과 자녀교육에 대해 한편으론 더 겸손해지고, 한편으론 더 담대함이 생긴다. 우리 가정의 행복과 승리가 우리 힘이 아닌, 주님의 능력과 말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오랜 믿음의 선조들이 입증했고, 오늘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입증되고 있음을 확인해서다 가정의 위기와 붕괴가 날로 더 심각해지는 시대에, 크리스천 가정이 싸워야 할 선한 싸움이 무엇인지 깨닫고, 훈련하고, 지도해야 할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서지현 사모( 가정의 힘 교육위원, 일원동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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