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교육

하브루타는 이것이다 (1)

대화법의 맥락과 의미에 대해서

하브루타는 이것이다 (1)

 김진산 박사 

 

 

유대인의 종교 교육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최근 자주 회자되는 내용이 하브루타 교육이다. 특히 한국 교육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하브루타 교육은 ‘질문이 있는 교실’ ‘질문을 잘하는 똑똑한 우리 아이’ ‘부모와 자녀의 소통’ 등 질문이 있는 토론문화를 활성화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을 위한 하브루타 교육이 아니라 학업성취나 경쟁우위를 위한 도구로 전락되고 있는 현실도 부정할 수 없다. 한국 사회에 알려진 하브루타 교육은 유대인의 성공신화를 따라 자녀들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열망때문에 교육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교육학자들은 하브루타 교육에 대한 연구물들을 내놓고 있지만 유대인의 종교와 문화, 전통과 역사 등을 교육과 연관하여 창의성 교육 체제 관점에서 연구하고 분석한 논문이나 저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그 내용도 단편적이며 현 교육 시스템에 한정되고 있다.

 

종교와 문화, 전통과 역사를 중요시하는 유대인들은 쉐마교육, 절기교육, 가정교육, 회당교육을 활발하게 펼치면서 창의성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유대인의 창의적인 사고나 삶의 양식은 수천년 동안 대를 이어 가르치고 전수하고 있는 토라와 탈무드에 기초한 종교교육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유명 인사들이 대중적인 연설을 할 때마다 토라와 탈무드의 교훈을 먼저 언급하는 이유도 유대인의 종교교육이 가정, 사회, 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교육은 질문과 대답으로 진행되는 귀납법적 교육방법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토론을 잘하기 위한 수단이나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하브루타 교육을 하지 않는다.

 

 

유대인들에게 하브루타는 교육내용이나 교육방법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다. 유대인들은 혼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 친구와 함께 대화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하다. 지난 수천년 동안 나라와 땅을 잃고 전세계에 흩어져 살아야만 했던 소위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배경을 가진 유대인들은 혼자보다는 공동체가 함께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민족 공동체를 형성했던 유대인들은 삶의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답을 예측할 수 없는 질문과 거침없는 대답으로 대화의 문화를 만들었다.

 

 

 

유대인들이 혼자서 토라를 공부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토라공부를 개인적인 경건한 삶이나 신앙적 가치추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활동으로 여긴다.

 

유대인들의 토라공부는 토라본문을 짝(pair)을 이루어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과 해석을 주고받는 대화행위들로 진행된다. 필자는 이와 같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상호작용적 대화행위를 하브루타라고 한다.

 

하브루타는 원래 아람어인데 ‘친구’(friend)라는 말에서 파생된 ‘우정’(friendship)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친구들의 우정은 사회-문화적 관계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토라를 공부하는 짝들(pairs)의 학습 분위기를 하브루타의 정의에서 짐작할 수 있다.

 

짝들의 역동적인 학습 활동은 짝들의 사회적 상호활동과 토라본문을 두고 벌이는 목적지향적인 대화에서 진행된다. 하브루타에 참여하는 짝들은 갈등과 대립에 직면하기도 하며 대화 협상을 통하여 결론을 이끌어 낸다. 물론 하브루타의 결론은 토라본문 이해를 통하여 어떻게 그들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교회 혹은 가정의 구성원들이 서로 짝을 이루고 질문과 대답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다면 신앙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관계성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신앙적 관계의 회복은 자연스럽게 공교육의 영역뿐만 아니라 사교육 현장에서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브루타 교육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실현한다면 ‘나’와 함께 ‘너’를, 그리고 ‘나-너’와 함께 ‘우리’의 상호적 관계가 보다 확장될 것이다.

 

 

* 김진산 박사

터치바이블선교회의 대표이다. 이스라엘 바르일란 대학교에서 구약성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예루살렘한인교회에서 목회하면서 20년 동안 이스라엘 현지에서 히브리어와 이스라엘의 지리, 역사, 문화 등을 연구했다. 2020년부터 한국IFCJ의 이사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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