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배움의 발견 Educated

특별한 가족 이야기에서 발견하는 교육의 근원적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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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 <배움의 발견>은 기독교서적이 아님을 밝혀둔다. 하지만 가정과 교육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에 가정의 힘 리소스센터에 구비해 두었다. 2018년도에 <Educated>라는 원제로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단숨에 아마존 베스트 셀러에 진입했고, 빌 게이츠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소설처럼 전개되는 스토리가 흡입력이 대단할 뿐 아니라, 16살까지 공교육을 전혀 받아 본 일이 없는 산골소녀가 캠브리지 박사가 된 성장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성공은 예견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 '배움에의 열망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아이의 단단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인생의 역경을 헤쳐나 갈 수 있는 단단함을 지니기를 원하고, 배움을 사랑하고,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교육은 누구도, 어디서도 그러한 부모의 소망에 시원한 답을 주지 않는다.  시험에서 정답을 찍는 요령을 가르쳐주고, 수많은 정보들을 채워놓는 교육, 남들과 비교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교육은 있지만, 정작 왜 교육에 열을 올려야 하는지(또는 그럴 필요가 없는지) 이유를 제시해 주지 않는다. 

 

더구나 배움에 대한 근원적이고 지속적인 동기와 전망을 불어넣어주는 교육은 찾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은 부모들에게, 또 스스로 인생에 답을 찾고 싶어 하는 자녀들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이 책의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극단적인 몰몬교 가정에서 7남매의 막내딸로 자랐다. 부모님이 ‘종말’에 대비해야 한다며, 산속에서 비상식량을 모으고 자급자족을 추구했기 때문에 출생 신고도 하지 않았고, 학교 문턱에도 가본 일이 없고, 죽을만큼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엄마의 허브오일로 모든 병을 치료(?)하며 자랐다. 11살까지 집에서 받은 교육이라곤 성경과 몰몬경을 읽는 게 전부였고, 하루종일 가족을 먹여살리느라 바쁘게 일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우며 지냈다.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또래 친구들도 없고, 기껏해야 산파 일을 하는 엄마를 따라가 만난 친구와 가끔 대화하는 정도였다. 11살부터는 생계를 위해 베이비시터 일과 식료품 가게 포장 알바를 시작했다. 심지어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폐철 처리장에서 위험한 일을 돕다가 크레인에서 떨어져 죽을 뻔한 사고도 당했다. 그런데도 반사회적인 종말론자 아버지는 아이를 병원조차 데려가지 않았다.

 

 

물론 타라의 부모님이 딸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엄마는 온화하고 지혜로운 분이었고, 아버지는 극단적이긴 해도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이었다. 또 아버지의 신앙은 비록 잘못된 것이긴 했지만, 적어도 믿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에 일관성은 지니고 있었다.  무뚝뚝한 아버지긴 하지만,  타라가 어릴 때 성악을 배워 성가대 솔로와 뮤지컬 주연을 맡았을 때는 기뻐하며 자랑스러워하는 딸바보 아빠의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타라의 어린시절은 문명과 단절된 삶 속에서도 가족들간의 친밀감과 유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가족들이 차례로 큰 교통사고와 화상, 낙상 사고 등을 겪었는데도 일절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아버지의 지나친 고집에 딸은 점점 실망과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사회주의자들의 의식화 교육장’이라고 비난하는 대학의 문을 두드린다.

 

 

타라가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해서 배움에 눈을 떠가는 과정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이 산골 소녀는 대학에서 배우는 모든 지식이 낯설고 새롭기 때문에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자신의 무지 때문에 힘들어하고 좌절하지만,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하고, 배우는 모든 것이 ‘ 낯설고 새롭기’ 때문에 남들은 생각하지 못한 자신만의 관점에서 배움을 이해하고 풀어낸다.

 

비록 괴팍하고 편협한 미신적 신앙을 가지고 있었지만, 타라의 부모님이 택한 교육방식이 적어도 딸을 망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사실은 딸의 내적인 힘과 의지를 더 강하게 했고, 세상의 모진 바람과 맞설 수 있는 단단함을 길러주는 지혜가 그 ‘이상한 교육(?!)’ 속에 담겨 있었다고 보여지기까지 한다.

 

 

이 책에서 느낀 가장 큰 감동은 교육이란 ‘지식’이전에 삶에 대한 ‘태도’라는 깨달음이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해 내는 태도, 가족 간의 유대와 협업을 통해 배우는 일상의 지혜, 어릴 때부터 자기 몫의 일을 하면서 책임을 배우고, 선택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경험하는 것, 성경을 통해 추상적인 지식과 윤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사고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교실에서 짜여 진 커리큘럼을 통해 주입된 것이 아니라 삶에서 습득된 살아있는 교육이었다. 그런 삶의 태도를 16살까지 익혔기 때문에, 타라는 본격적인 교육을 받기 시작했을 때, 놀랍도록 잠재력을 발휘하고, 캠브리지와 하바드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타라의 형제들은 모두 7남매인데, 그 중 3명이 박사학위를 받았고, 나머지는 고졸학력도 없지만 그래도 모두가 나름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다. 모두가 명문대를 가고 박사가 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아니라, 자기 삶에 감사하고,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해 이웃과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라면, 타라의 가족은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겠다.

 

 

오늘날 한국부모들은 교육의 밑바탕이 되는 신앙과 가치관, 삶의 태도와 품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남들보다 빨리, 남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익히게 하는 것이 교육의 전부라 착각한다.  오로지 지식 습득만을 위한 브레이크 없는 경쟁 속에 자녀들을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교육이 거두는 성과가 기대에 못미치거나, 심지어 매우 파괴적인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이 책을 통해 부모들은, 자식을 잘 교육시킨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세간의 통념에 근원적 회의를 품어야 한다. 자식들이 대학에 가기를 전혀 바라지 않고, 오직 종말에 대비하는 의로운 삶을 살기만 바랬던 평범한 부모 밑에서 사실은 자녀들이 모두 제 몫을 다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우리 이전의 부모님 세대들도 그렇게 자녀교육을 시켰고, 그래서 가난과 모진 시련 속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인물들을 길러냈지 않았나.

 

 

마지막으로 타라가 부모의 신앙을 거부하고, 부모가 만들어낸 과대망상과 편협한 세계에서 탈출하는 데 교육이 기여한 바를 생각해 본다. 여기서 타라가 거부한 신앙은 세상과의 소통과 합리성이 결여된 신앙이다. 타라가 어릴 때는 부모가 구축해 놓은 그 세계가 전부라고 여기며 자랐지만, 대학에 들어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이후부터는 부모가 만들어놓은 좁은 세계 안에 더이상 머물 수 없었다. 그래서 부모와의 단절을 각오하고 거기서 탈출한다.

 

그렇다고 타라가 자신의 배경이 된 부모의 신앙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그의 박사 논문은 몰몬주의가 19세기 역사의 발전에서 담당했던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기여에 대한 것이었다. 몰몬주의를 더 이상 신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하거나 평가절하하지도 않는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신앙을 버리고 나면, 공격적 무신론자나 냉소주의자가 되는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적어도 타라는 자신이 자라난 몰몬교 전통의 긍정적인 측면을  여전히 인정한다.

 

 

 

우리는 자녀들이 잘 되기를 바래서 교육을 시키는 데, 그 교육의 결과가 자녀들의 신앙을 무너뜨리는 것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 속에 맴돌았던 가장 복잡한 질문이다. 부모가 어떤 태도와 중심으로 자녀에게 신앙을 가르쳐야, 자녀가 머리가 굵고 사회적 위치가 올라가도 그 신앙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계승해 갈 수 있을까?

 

나는 타라 아버지의 완고함과 편협함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완고하거나 폭력적이면 자녀는 배움이 자랄수록, 그 부모의 신앙에 거리를 두거나 등을 돌릴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늘 겸손히 배우는 자세를 가지고, 자녀와 애정이 담긴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하고, 맹목적 신앙이 아니라 소통 가능한 신앙을 추구한다면, 자녀는 기꺼이 그 부모의 하나님과 소통하며 배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난 다음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된다. 우리 자녀가 배움이라는 흥미진진한 모험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용기있게 탐구해 나갈 수 있도록 내적인 뿌리를 깊고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부모가 되리라고. 무엇보다, 자녀가 믿음의 길에서 떠나지 않도록 자녀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과 핵심가치로 삼겠노라고. 교육의 완성은 결국 자녀가 스스로 살아계신 하나님과 손잡고 동행하며 영원을 향해 기쁨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빛을 비춰주시는 배움의 길에는 인간됨의 가장 충만한 실현과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요8 :32) 

 

가정의 힘 사무국장 서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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