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에 새겨진 자유

 

정갑신 목사 (예수향남교회) 

 

창탕족은 히말라야 5천 고지 창탕고원에서 생활합니다. 양과 야크와 말은 이들의 가족이고 동시에 생명의 자원입니다. 이들은 가축 가족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심으로 생명을 이어갑니다. 그리하여 가축 가족을 도살할 때, 마음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가축 가족의 살과 피를 통해 상호 연합이 지속하길 기대합니다. 이런 <내어줌과 생명의 고리>가 우리를 일깨웁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내어줌으로 다른 가족들이 살아 생명을 이어가는 일은 우리 일상에서도 한결같이 경험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와 더불어 창탕족의 일상에는, 의미 깊은 통과의례가 있습니다. 가축 가족에게 자유를 줌으로 다른 가족들의 기쁨과 복을 기념하고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수백 리 먼 곳으로 시집간 딸이 출산 후, 갓 난 아가와 함께 친정을 방문합니다. 인적 드문 곳에서 생존을 위한 고된 노동과 씨름하는 날 중 드물게 만나는, 참 반가운 시간입니다. 이때 가장은 방문한 딸에 대한 기쁨을 기념하기 위해 또, 갓 태어난 손주의 미래를 축복하기 위해 양 두 마리를 선택합니다. 양의 뿔에 작은 쇠톱을 이용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새깁니다. 영원히 매매하지 않겠다는 서약입니다. 식용 도살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리하여 일정한 때가 되면, 영원한 자유의 선언과 함께 놓아 보냅니다. 그 양이 천수를 누리도록 풀어주는 배려에, 딸에 대한 기쁨과 손주에 대한 축복을 담습니다. 모든 묶임에서 풀려난 양들은 보장된 생명과 함께 야생에서 자유롭습니다. 그 표식을 확인한 이웃 중 그 양을 취하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가족의 기쁨과 복을 함께 누리기 위해, 가족 중 누군가에게 완전한 자유를 선언하는 ‘가정의 문화’가 참 곱습니다.

 

 

가정의 힘과 연대하여 가정세움학교를 시작한 후 두어 달을 보내는 중입니다. 이미 익숙해진 일상의 패턴을 잠시라도 깨뜨려, 매일 나눔과 주말 예배로 이어지는 세움 학교 과제가 어느덧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습관, 게으름, 안일함에 맞서 작게라도 씨름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여러 가정으로부터 의미 깊은 시간이라는 말을 듣는 중입니다. 짧고 단순한 과제지만, 반복을 통한 새겨짐, 인내, 지속적인 반추, 단순하여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해였음을 자각하는 은혜들을 누립니다. 그렇게 복잡하고 무겁게 꼬여갔던 가정사가 샬롬의 문턱에 다다르기까지 걸어야 하는 길이, 생각보다는 복잡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괜찮아’ 격려문에, 자기 내어줌의 아름다움과 서로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여유가 가득 담겼다는 걸 느끼면서, 깊은 평화의 숨을 내쉽니다. 가정의 힘을 섬기시는 강사님들과 스텝 여러분에게, 이 일을 지속하여 행복하게 섬길 수 있게 하는, 기쁨과 감격과 보람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예수향남의 모든 가족이 ‘우리’의 울타리 안에서, 또 울타리를 넘어, ‘희망’이 필요한 모든 가정에게 희망이 되는 시간을, 어느새 맞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나를 내어주어 그가 살아, 나도 사는 은총, 그의 내어줌을 먹고 나도 내어 주는 기쁨을 누리는 은총, 그에게 자유를 주어 모두가 자유를 누리는 은총이, 그 ‘뿔에 새겨진 자유’가 우리와 그분들의 가정에 가득 임하시기를 열망합니다. 그리하여 남은 문제들이 여전하더라도, ‘충분합니다’ ‘만족합니다’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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