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그거 아무나 하면 되는 거 아냐?

 

이윤석 목사(독수리기독학교 연구소장)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가장’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가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현대 사회에는 맞지 않는, 고리타분한 유교적 산물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기껏해야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있더라도 실제적인 돌봄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아이들이 어른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소년 소녀 가장’을 언급할 때에나 사용되는 것 같다.

 

하지만 성경은 가장을 남편과 아내 중 누구라도 능력 있는 사람, 주도적인 사람이 맡는 것이라 하지 않는다. 가정은 세상과 사람이 처음 존재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하나님에 의해 세워진 독특한 기관이다. 가정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관 중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가정 자체의 고유한 질서와 원리를 가지고 있다.

 

가정은 결혼한 남자와 여자, 즉 남편과 아내를 중심으로,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로 형성된다. 남편, 아내, 자녀들로 구성되는 가정에는 하나님이 남편을 리더로 세우셨다. 남편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하고 아내와 자녀들이 가장인 남편과 아버지를 인정하고 잘 도우면 그 가정은 순기능적인 가정이 된다. 반대로 남편의 능력이 자기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아내가 가장의 역할을 맡으려고 하면 여러 가지 역기능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우스갯소리지만 자녀 교육에 성공하려면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가장의 역할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자녀들이 좋은 인성과 신앙을 갖고, 자신의 재능과 적성에 따라 지성도 잘 계발할 수 있도록 하려면 아빠의 가장으로서 역할이 필수적이다.

 

독수리학교의 신입생 학부모 중에도 아빠가 가장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남편의 신앙 수준이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해 가정의 중심에 자기가 서서 가정을 이끌어가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진 엄마들도 있다. “가장, 그거 아무나 하면 되는 것 아냐?” 이런 생각이 상당히 많다. 그런 경우에는 가정이라는 기관에서 솟아나는 힘이 극대화되지 못한다. 자녀들은 엄마와 아빠의 관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되기 쉽고 또 부모에 대한 공경의 마음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가정 중에는 아빠가 없는 가정도 있고, 혹 아빠가 있더라도 어떤 이유로 인해 가장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할 수 없는 가정도 있다. 그런 가정은 더욱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 다 갖추어진 상황은 아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는 분명 최선의 것을 주시는 분이시다. 성경은 이런 다양한 가족 상황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않는다.

 

 

가장은 아무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각 가정의 남편들에게, 아빠들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다. 여러분은 그냥 돈만 벌어오면 되는 존재가 아니다. 바로 당신이 가장이다. 내 가정이 잘되고 못 되는 것, 내 자녀들이 잘되고 못 되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용기와 책임감을 갖고 가장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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