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교회

교회, 하나님의 가족

 

배준완 목사(일원동 교회)

 

1. 최근 한 선배 목사님과 대화를 하다 이런 질문을 받았다. “목사님, 교회가 먼저입니까, 가정이 먼저입니까?”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대답을 목구멍으로 삼키고 “목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여쭤보았다. “순서로 하면 가정이 먼저지요. 하지만 교회는 하나님께서 태초 이전부터 계획하신 구원과 회복 프로젝트의 핵심 기관이 아닙니까. 그렇게 보면, 선뜻 가정이 먼저라고 할 수도 없을 거 같습니다.” 나 역시 동의했다. 창조의 순서는 분명 가정이 먼저다. 그러나 우리는 죄로 망가진 세상을 살고 있고, 가정 역시 죄의 파괴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니, 사실 죄의 영향력과 파괴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가정이다. 인류 최초의 살인이 어디서 일어났는가? 가정 안에서 형제간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가브리엘은 세례요한의 탄생을 사가랴에게 예고하면서 ‘그가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주 앞에 먼저 와서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돌아오게’ 할 것이라 했다(눅1:17). 바로, 아버지의 마음이 자식에게 향하는 지극히 당연한 순리조차 무너진 시대에 주님이 오셨다는 의미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가정은 인간이라는 조건의 시작이지만,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의 가정은 불행과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2. 먼저 우리 시대가 잊어버리고 있는 사실을 환기해야 한다. 가정은 하나님이 친히 창조하신 기관으로서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힘은 위기의 순간에 더 빛이 난다. 프랑크 쉬르마허(Frank Schirmacher)라는 독일 저널리스트의 저서 <가족, 부활이냐 몰락이냐>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1846년 캘리포니아 개척시대에 일련의 무리들이 시에라 네바다를 지나다 눈 폭풍우에 갇혀 6개월간 계곡에 고립되었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그들은 최소한의 자원과 식량으로 버텨야 했다. 누가 생존할 확률이 가장 높을까? 건장하고 젊은 남성이었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놀랍게도 어린이들과 노인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런데 살아남은 자들의 유일한 조건은 가족과 함께 있느냐, 아니냐였다. 가족의 수가 많을수록 생존확률도 높았다. 나이, 성별, 신분, 인종, 성격, 교육, 그 어떤 조건도 가족 간의 희생적 사랑과 연대라는 근원적 힘을 넘지 못했다는 의미다.

 

 

3. 그러나 가족이 해체되고 몰락하는 시대에, 우리는 가족의 근원적 힘을 잘 느끼지 못한다. 가족이 가족답기 위해서는 가족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길을 잃은 존재이다. 오직 예수님만이 길이시고, 만물을 회복시키시고 충만하게 채우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 된 새로운 존재, (인종, 외모, 성별, 사회적 조건을 넘어선) 하나님의 새로운 가족으로 만드셨다. 거듭남과 더불어 하나님의 가족으로의 입양이 회복의 출발이다. 하나님의 가족 됨 없이는 개별 가정의 회복도 불가능하다. 가정의 회복은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교회는 “만물 안에서 충만케 하시는 자의 충만”이다(엡 1:23). 하나님이 만물을 하나로 통일하시고 충만하게 회복시키시려는 핵심에 예수님과 연합된 몸으로서 교회가 있다는 의미이다. “교회는 세상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분은 교회 안에서 말씀하시고 활동하시며, 교회를 통해 만물을 자신의 임재로 가득 채우십니다”(엡 1:23, 메시지 번역). 그 만물 안에 가정도 있다.

 

 

4. 구원은 창조의 회복(Creation regained)이며, 성경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가정의 원형(proto-type)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하나님의 창조의 정점에는 아담과 하와를 통해 세워진 언약의 가정이 있다. 창세기는 하나님의 선한 창조와 죄로 인한 깨어짐, 하나님이 친히 이루시는 회복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심에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가정이 있다. 신약에서도 가정을 알면 교회가 더 잘 보이고,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우주적 비밀이 좀 더 명확해진다. 교회는 하나님의 가족이고 ‘권속’(God’s household)이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해서 온 인류를 가족 공동체로 세우기 원하신다. 서신서에서 바울은 과부에게 믿는 가족이 있으면 그 가족이 과부를 먼저 돕게 하고 교회에 짐을 지우지 말라고 권면한다(딤전 5:16). 교회는 하나님의 더 큰 가족으로서 마땅히 가족 없는 과부를 도와야 하지만, 그 과부에게 자녀나 손주가 있다면 가족이 돕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는 가정이 교회보다 먼저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가정은 교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기초단위로서, 그 둘은 창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가정이 살면 교회가 살고, 교회를 통해 가정은 회복의 능력을 공급받는다. 교회 없이 홀로 고립된 가정은 설 수 없고, 가정을 세우지 못하는 교회는 세상의 다른 어떤 것들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무능한 기관으로 전락한다.

 

 

5. 가정세움학교를 통해 교회와 가정이 함께 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교회는 전력을 다해 가정을 지원하고, 가정은 교회를 통해 말씀으로 힘을 얻어 세워져 가고, 가정의 영적 활력이 회복됨으로 교회가 건강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 이 모든 과정을 기대한다. 교회가 먼저냐, 가정이 먼저냐를 넘어, 하나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와 성령과 함께 이루시는 거룩한 연합과 교통 속에 교회와 가정이 기쁨으로 함께 들어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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